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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암살자’ 무인공격기의 공습

동천 2021. 2. 27. 17:06

 

 

 

 

 

지난해 8월 25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도로 불리는 시리아 락까에서 한 승용차가 미국 무인공격기(드론)의 공습을 받았다. 차 안에 있던 주나이드 후사인이라는 20대 청년이 숨졌다. 후사인은 이슬람국가의 ‘사이버전 사령관’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후사인 사망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던 미국과 영국의 암살 공작 결과였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소리 없는 암살자’로 불리는 무인공격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과거 무인기는 감시정찰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까지 장착한 무인공격기들이 속속 등장해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무인공격기를 포함한 무인기를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첫 재임기간 중 미군이 드론을 통해 죽인 알 카에다는 3300여명에 달하고 이 중 고위간부급만 50여명에 이른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에도 무인기가 몇 개월 동안 은신처 정보 수집 및 감시를 했다. 뉴스위크는 파키스탄 지역에서 활동하던 16세 소년 전사가 가장 두렵다고 한 것은 “곤충 소음처럼 들리는 프레데터(무인기)의 엔진 소리”였다고 보도했다. 프레데터는 원래 무인정찰기였지만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개량됐다. 이스라엘과 자주 충돌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경우도 2006~2012년 이스라엘 무인기 공습으로 8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격용 무인기 시장도 2012년 66억달러 규모에서 2022년에는 114억달러까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에 최신형 무인공격기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무인공격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군은 그레이 이글을 이르면 7월쯤, 늦어도 올해 말까지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우리 군은 이스라엘제 자폭형 무인공격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레이 이글 같은 본격적인 무인공격기는 개발 중이다. 주한미군의 무인공격기 배치도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미 그레이 이글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은 미국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알 카에다 지도자 암살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 ‘프레데터’ 무인기를 개량, 프레데터보다 강력한 공격 및 비행·정찰 능력을 갖고 있다. 적외선 카메라 등 전천후 야간 감시정찰 장비를 갖추고 30시간가량 장시간 비행할 수 있어 DMZ(비무장지대)나 서해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됐을 때 대북 감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8㎞가량 떨어진 적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4발)은 물론 최신형 소형 정밀유도폭탄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4발)를 장착할 수 있다. 바이퍼 스트라이크는 무인기에 장착이 가능하도록 새로 개발된 최신형 초소형 폭탄이다. GPS 및 레이저 광선으로 유도돼 목표물을 1m 오차로 공격할 수 있지만 무게는 20㎏에 불과하다.

주한미군은 우선 그레이 이글을 DMZ 및 NLL 인근에서 대북 감시정찰용으로 활용하고 유사시엔 미군 AH-64 아파치 헬기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 북한 기계화부대나 특수부대의 남하를 저지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 그레이 이글을 임시 배치해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와의 합동작전 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공식 임무’ 외에 그레이 이글이 주목을 받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만 하루가 넘도록 장시간 체공(滯空)이 가능하다는 점과 사거리 8㎞가 넘는 대전차 미사일 등 무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론상으로는 그레이 이글이 NLL이나 DMZ 인근에서 장시간 체공하다 김정은이 최전방 시찰 등을 왔을 때 미사일 공격으로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소식통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 상대방 지도자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은이 미 B-2 스텔스 폭격기가 출동했을 때 겁을 내고 지하벙커에서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듯이 그레이 이글을 상당히 두려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레이 이글이 북한 내륙 깊숙이 들어가 북 지휘부 제거 등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그레이 이글이 스텔스기가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방공망이 구축돼 있는 평양 인근까지 들어가 작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레이 이글은 북한 정권 붕괴에 따른 내전 등 북한 급변사태 때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전·아프간전처럼 적군 지휘부를 암살하거나 군사적 표적을 공격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 프레데터C 어벤저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에 앞서 미군의 본격적인 무인공격기로는 MQ-9 리퍼(Reaper)가 꼽힌다. 리퍼는 900마력짜리 터보프롭엔진을 장착해 최대 14시간 이상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프레데터는 헬파이어 미사일 정도만 무장했지만 리퍼는 헬파이어 외에도 GBU-12·38 정밀유도폭탄 등 최대 1.7t의 미사일 및 폭탄을 장착할 수 있어 공격력 또한 강력하다.

미국은 리퍼에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 무인공격기로 프레데터C 어벤저(Avenger)도 개발 중이다. 어벤저는 MQ-9 리퍼보더 50% 더 빠르고 약 2배 더 많은 무장을 탑재한다. 가장 큰 특징은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 무인기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도 무인공격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 무인기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무인공격기(타격기)다. 원래 미국에서 만들어진 무인표적기 MQM-107D ‘스트리커’를 시리아를 통해 들여와 자폭형(自爆型) 무인공격기로 발전시킨 것이다. ‘스트리커’는 동체 길이 5.5m, 날개 길이 5m로 제트엔진을 장착해 시속 400㎞로 날 수 있다. 북한은 무인 표적기에 소형 폭탄을 장착해 최대 600~800㎞ 떨어진 목표물에 자폭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산 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한항공 등에서 미국 ‘프레데터’와 비슷한 중고도 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군 당국은 특히 이 중고도 무인기를 토대로 각종 미사일과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무인공격기도 2010년대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미국·러시아·유럽·중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개발 중인 첨단 무인전투기(UCAV)도 2020년대 말 이후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