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말/追悼文

2. 큰 형수 祭文

동천 2012. 6. 25. 16:14
祭 文

사랑하는 엄마!
밀려오는 설움을 다 토해내지 못하면서 엄마를 떠나보낼 때가 산들바람 부는 봄의 끝자락이었는 데 어느 새 산사(山寺)의 풀 벌레소리가 한여름의 문턱에 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들판에는 못자리에서 나온 어린 모들이 제법 자리를 잡으면서 그옛날
엄마따라 자주 가던 파란 들녘을 생각나게 하는 데, 그 때 잡아주던 엄마의 손이 어디에 있는지요.

엄마!
오늘이 엄마의 극락왕생을 비는 49재의 마지막 날입니다.

조금 진정되었던 그때의 설움이 다시 밀려오려하고 좀더 내 곁에 붙들어
두고 싶은 엄마의 잔영을 무정한 세월이 자꾸 멀리 데리고 가는 것 같아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그옛날 비녀 꽂은 엄마의 모습이 선녀같이 고우시던 젊으신 그 때,
홀로 되신 우리 엄마. 아버지가 떠난 빈자리에는 어린 네 자매와 맏종부가
가야 할 힘들고 먼 길이 남아있었지요.

만만치 않은 농삿일, 매사에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종가집 안 살림,
명가 백포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맏며느리가 살펴야 했던 종가집의 많은 일들,늘 부족할가 염려했던 아버지 없는 자녀의 뒷바라지 등, 여성으로써
혼자 감내하기에는 힘든 삶이었지요.

그러나 엄마에겐 혼자서 넘어야 했던 숱한 세상파도보다도
하루 해가 저물면 아버지 없이 지켜야 했던 50년 세월의 안방이 엄마를 더욱 힘들게 했을 테지요.

해마다 제사때가 되면 삼촌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속에는 아들 없는 엄마만의 회한이 있었고, 늘 사촌끼리 화목해야 한다,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 수 없다고 하는 말씀속에는 엄마만의 명심보감이 있었으며,또 그것은 늘 옷깃을 여미게 했던 엄마가 부르는 종부가였지요

사랑하는 엄마!
이 자식이 아플 때와 넘어진 곳에는 항상 당신이 있었을 텐데 짚불같이 꺼져가는 당신의 간호를 늘 형제들에게 미루고 여유없이 허둥지둥 살다 엄마를 보냈으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눈물이 이 종이위에 떨어지려합니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오랜 시간 병석에서 잘 알아듣기 힘들었던 엄마의 말씀은 이 소녀를 안타깝게하였고,"나를 위해 돈 쓸 생각은 처음 해 보는 데..."라고 하신 말씀 또한 이 소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당신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언젠가 시집살이 힘들다고 할 때좀 편한 얘기도 바라ㅆ건만 그를수록 어른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많이도 일러주셨지요.

그래서 그 고비를 잘 넘기고 이렇게 바로 앉아 있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엄마!
힘들때마다 큰 언니에게 화를 많이 푸셨지요.
그래서 어릴 때 어릴 때 엄마를 무서워하는 큰 언니의 모습을 많이 봤지요.

오랜 세월 부부간의 사랑을 몰랐을 엄마가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나하고 사랑 한번 해 보자고 하면서 엄마를 안고 등을 두드리던 큰언니의 심정을 엄마는 아시는지요.

엄마!
추모사를 쓴다고 영숙이 언니한테 전화하여 하고싶은 얘기 해 보라고 했더니 두마디도 못해서 울고 말하려다 또 울며 말을 잇지 못하니 엄마가 낳고 기른 둘째 딸의 많은 얘기들은 엄마가 짐작하도록 하소서.

사랑하는 엄마!
막내 딸 결혼시키던 날 크게 우시면서 흘리시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가 딸 자식을 결혼시키고 한참 후에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막내 해숙에게 생각나는 얘기 해보라 했더니 동지섣달 설한풍에 엄마의 잠자리는 늘 청마루 문가였는데 그때 밤새 바느질 하면서 하시던 엄마의 흥얼그림이 그렇게도 싫었다고 하네요.
그것이 노래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긴 밤을 지세우는 엄마의 사부곡이었던 것을......

막내 딸이 손자 승엽이를 낳던 날, 엄마에게는 또다른 큰 의미가 있었지요.
그날로 여섯 손자를 얻으면서 아들 없는 당신의 자녀는 아무도 없게 되었고,우리 엄마의 한이 대물림 될 염려는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지요.

엄마의 막내딸은 그날 엄마 생각을 했다면서 두배가 된 기쁨과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또 집을 나설 때마다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던 엄마의 모습과 또 혼자있을 엄마의 모습은 늘 걸음을 무겁게 했다네요.

큰방 거울앞에서는 항상 화장보다도 남에게 비춰질 당신의 반듯한 모습을 찾고 있었던 우리 엄마였지요.

엄마가 떠나시던 날 엄마의 영정을 모시고 당신께서 쓸고 닦고 지내시며 청춘을 불살랐던 고향 집에 갔을 때 집안 가득한 엄마의 흔적과 멈춰서버린 먼지앉은 방안의 가재도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갖다드린 장작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 자식을 더욱 슬프게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아버지가 뭍혀있는 선산에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하셨지요.
이제 다시는 외롭지 않아도 될 아버지 곁으로 가셨습니다.

힘 들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나보시고 아버지 만나시어 이승에서의 못다하신 사랑, 억겁의 세월까지 많이 하소서.

먼 훗날 우리도 아버지께 우리 엄마 고생하신 것 애기 해 드릴께요.

엄마!
이제 멈춰버린 엄마의 종부가와 사부가는 다시는 들을 수 없지만 남아있는 저희들이 깊이 새기고 익혀 잊지않도록 하겠습니다.

엄마!
여기는 황악산 중암인데 엄마의 자랑스러운 조카 진원스님이 지금 엄마의 극락왕생을 위하여 청아한 독경소리로 천상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고 더욱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승에서의 모든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만분의 일도 다 그리지 못한 이 글을 엄마의 영전에 고히 고히 받들어 바칩니다.
엄마! 사랑했습니다.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2012년 6월 22일
불효자식 셋째 딸 숙자 再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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