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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치매, 4050부터 싹튼다

동천 2017. 12. 22. 17:09



치매, 4050부터 싹튼다

발병 20년 전부터 `징조`…뇌 자극하는 생활습관으로 예방을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가족 간에 나눈 많은 대화 중 하나는 치매다. 치매는 암보다 더 무섭다. 환자 당사자 인격의 황폐화는 물론 온 가족 삶의 질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국내 치매환자는 2012년 53만명에서 2025년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만 65세가 되면 누구든지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10% 내외에 이른다. 85세가 되면 위험도는 50%에 육박한다. 2명 중 1명은 치매환자라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치매가 걸리지 않을 확률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 90%는 정상이고 85세가 되더라도 절반은 여전히 건강한 뇌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치매를 앓게 되면 기억장애와 언어장애, 시공간 파악 능력이나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이해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주위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고집이 세진다. 말이 줄어들고 우울증처럼 감정표현이 적어지고 무뎌진다.

치매는 발병해서 말기까지 진행되는 데 보통 8~10년 걸린다. 그러나 처음에는 치매인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미미해 단순한 건망증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 사례가 드물다.

치매는 의학적으로 발병 원인에 따라 퇴행성 치매(알츠하이머ㆍ나이가 들면서 뇌세포나 신경망이 죽거나 약해져서 발생), 혈관성 치매(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생), 기타 치매(술, 약물 중독, 비타민 부족, 종양, 내분비질환 등이 원인)로 나뉘며 퇴행성 치매가 71%, 혈관성 치매가 24%, 기타 치매가 5%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는 원인이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단백질로 뇌세포 주위에 축적되면서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파괴시켜 뇌기능을 점차 떨어뜨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뇌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예약된 손님이나 마찬가지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무려 발병 20년 전부터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75세쯤 치매가 왔다면 50대 중반부터 '치매의 싹'이 트고 있다는 의미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젊을 때부터 뇌를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치매 경고 증상을 보이는 40ㆍ50대부터 생활습관 개선과 예방치료로 뇌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일본 대뇌생리학 대가인 마쓰바라 에이타 박사는 "치매는 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며 처음 15년은 체감 증상이 전혀 없고 검사를 해도 이상 소견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뇌에서 격렬한 변화를 거듭한 증상들이 후반 5년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 치매도 다른 질환처럼 전조 증상이 있고 15~20년에 걸쳐 진행된다. 치매를 예방하거나 최대한 늦추려면 40ㆍ50대부터 올바른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 제공=한림대의료원]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ㆍ한의원장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40ㆍ50대 가운데 약 80%가 이미 치매를 향해 가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며 "뇌 건강을 지키려면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당장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뇌는 사용할수록 좋아진다. 하지만 뇌는 너무 혹사당하고 오래 긴장하면 오히려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거나 혈류가 떨어져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도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크게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뇌세포 수는 20세 전후쯤 최정점에 달했다가 하루 10만개쯤 죽어간다. 전반적인 뇌기능은 30세를 기점으로 점차 퇴화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뇌신경세포는 줄어들어도 뇌를 쓸수록 어느 정도까지는 뇌세포 몸체가 커지고 신경회로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혈관성 치매도 싹이 자란다. 싹이 잘 자라는 환경은 과체중, 고혈당, 고지혈증 등으로 동맥경화와 고혈압이라는 싹을 내민다. 지금 당장이라도 혈관을 깨끗이 관리하면 뇌출혈과 뇌경색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로 인한 혈관성 치매도 없앨 수 있다.

■ '名醫' 2인이 말하는 치매 막는 생활습관

한설희 건국대병원장, 생각바꾸기

치매에도 전조증상이 있다. 중년기에 잉태된 치매의 씨앗은 우리가 어떤 생활습관으로 평생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치매의 꽃을 피우기도 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설령 치매 위험이 높은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났어도 우리 뇌를 어떻게 가꾸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치매 없는 활기찬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

40ㆍ50대 치매의 싹을 없애기 위한 건강한 생활습관법으로 '생ㆍ각ㆍ바ㆍ꾸ㆍ기'를 제안한다. 이는 생각을 젊게 하자, 각성하고 금주ㆍ금연하자, 바른 자세로 활기차게 걷자, 꾸밈 없는 뇌건강 식단을 준비하자, 기분 좋게 이웃을 위해 봉사하자 등 5가지 항목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습관을 키우고, 호기심을 갖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치매의 싹을 없애는 데 가장 좋다. 활기차게 걷기도 뇌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물질인 신경영양인자(BDNF)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견과류와 등 푸른 생선은 오메가 지방산 함유량이 높아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개선해 뇌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뇌혈류를 원활하게 한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교수, 진인사대천명

치매 증상이 시작되는 평균 나이는 약 70~75세다. 치매의 싹이 치매로 나타나기까지 약 25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50세부터 이미 뇌 속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얼굴을 관리하듯이 뇌를 관리하는 '뇌미인(腦美人)'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뇌미인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진ㆍ인ㆍ사ㆍ대ㆍ천ㆍ명'을 권한다. 이는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대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올바른 식사를 하라에서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매일 운동을 하면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확률이 80% 낮아진다. 흡연을 시작해 25~30년 지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50% 증가한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나 높다. TV 시청 등 수동적인 정신활동만 하면 인지장애에 걸릴 확률이 10% 늘어난다. 과음이나 폭음은 인지장애에 걸릴 위험성을 1.7배나 높인다. 비만인 사람이 3년 후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1.8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