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 史

■ 淘河靑壯

동천 2015. 11. 8. 13:15


■ 淘河靑壯

물가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淘河와 靑壯이란 새가 있다.
두 새는 먹이를 취하는 방법이 판이하다.

淘河는 펠리칸의 종류이다.
淘는 일렁인다는 뜻인데
淘河는 진흙과 뻘을 부리로 헤집고 쉴새 없이 물고기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깃털과 부리까지 진흙과 온갖 더러운 것들을 뒤집어 쓴다.
허둥지둥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헤매고 다니지만
종일 고기 한 마리 못 잡고 늘 굶주린다.

靑壯은 해오라기의 별명이다.
이 새는 맑고 깨끗한 물가에
날개를 접은 채 붙박이로 서 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체 옮기는 법이 없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희미한 노래가락에
귀를 기울이듯 아련한 표정으로
수문장처럼 꼼짝 않고 서 있다.
물고기가 멋 모르고 앞을 지나가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날름 잡아먹는다.


淘河는 죽을 고생을 해도 늘 허기를 면치 못지만
靑壯은 한가로우면서도 굼주리는 법이 없다.

연암 박지원은 [澹然亭記]에 이 두 새를 비교 설명한 후
세상에서 부귀와 명리를 구하는 태도에 견주었다.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쫓아다니면 먹이는 멀리 달아나 숨는다.
욕심을 버리고 담백하게 있으면 애써 구하지 않아도
먹이가 제 손으로 찾아온다.

권력이든 명예든 쟁취의 대상이 되어서는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 없다.
갖고자 애쓸수록 멀어진다.
담백한 태도로 신중함을 지키고, 희로애락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을 때,
보통사람들 밤낮 악착스레 얻으려 애쓰면서도 얻지 못하는 것들이
저절로 이른다.

없어도 그만이다.
조금이면 만족한다.
그런 마음속에 넉넉함이 절로 깃든다.
아등바등 욕심만 부리면 먹을 것도 못 얻고 제 몸만 더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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