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 史

■ 唾面自乾

동천 2015. 11. 10. 09:37


■ 唾面自乾

중국 당나라의 관리 누사덕(婁師徳)은 마음이 넓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성품이 따뜻하고 너그러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생겨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동생이 높은 관직에 임용되자 따로 불렀다.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 남의 시샘이 클 터인데 너는 어찌 처신할 셈이냐”고 물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화내지 않고 닦겠습니다.”
​동생의 대답에 형이 나지막이 타일렀다.
“내가 염려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를 것이야(唾面自乾)”
화가 나서 침을 뱉었는데 그 자리에서 닦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니,
닦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당부였다.
‘타면자건(唾面自乾)’에 얽힌 고사다.
​누사덕의 지혜를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지도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최근 대국민 직접 소통에 나선 오바마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모욕적인 악플이 범람했다.
심지어 ‘검은 원숭이’, ‘원숭이 우리로 돌아가라’는 흑인 비하 댓글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겨냥한 저급한 비방을 여태껏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버 침’이 SNS에서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오바마의 놀라운 포용 정치가 다시 빛을 발했다.
그는 지난 26일 백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숨진 흑인 목사 장례식에 참석했다.
“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
​추모사를 읽던 오바마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주도 없었다.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명의 참석자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일어나 찬송가를 함께 따라 불렀다.
어떤 흑인 여성은 오바마를 손짓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
그들이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박수소리가 아메리카 전역에 울려 퍼졌다.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내의 忍은 심장(心)에 칼날(刃)이 박힌 모습을 본뜬 글자다.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삶이 결판난다.
누사덕, 오바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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