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疏通[4]
동천
2012. 12. 20. 21:17
疏 通[4]
이번에는 벌 마을 사돈이 산촌 사돈댁을 찾았다.
산촌 사돈댁은
지난 번 사돈댁에서 봉변을 당했던 서운함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으나
마음을 풀고 벌 마을 사돈을 극진히 대접하기로 작정하여 정성이 담긴
밥상을 차려나왔다.
물산이 풍부한 벌 마을은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왔으나
사정이 그렇지 못한 산촌은 반찬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았어도
오곡을 섞은 잡곡밥에 산나물과 여러 산채로 반찬을 정갈하게 마련해 올렸다.
벌 마을 사돈은 평소의 식사습관대로 숟가락을 들더니
곧바로 국 그릇에 적셔서 날랜 동작으로 잡곡밥을 확 떠 올렸다.
그러자 조'수수'옥수수 등을 섞은 풀기 없는 잡곡밥이
밥상위와 방바닥으로 어지럽게 흩어지는게 아닌가.
예상 못한 상황에 놀라고 당황한 벌 마을 사돈은 황급히 숟가락을
밥상에 걸쳐놓고 두 손으로 방바닥을 훑으며 마구 입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이 모습에 산골 사돈은 쾌재를 부르며 드디어 복수의 언사를 날렸다.
"아니 우리 벌 마을 사돈은 앞마당의 어미 닭XX와 병아리떼요,
어째서 흩어놓고 쪼아 먹기를 좋아하시오" 라고 하면서
숟가락으로 잡곡밥을 조심스럽게 모아 떠서 입에 넣고
나물국으로 목을 적시며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너도 나도 자유로울 수 없다.
모두가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도취의 언어들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사고로 발상을 전환할 때가아닌지 모르겠다.
東 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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