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休戰反對
최덕신 장군은 수속을 밟아 진해 별장에서 대통령과 만났다. 긴장해서 대통령의 안색을 살피면서 [이번에 대표로 가게 된 최덕신입니다.] 라고 신고하였더니 다짜고짜 [어느 놈의 대표인가!]라고 청천벽력이었다.
혼이 빠진 나는 이것 저것 생각한 끝에 이것은 나에 대한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네, 나를 대표로 임명한 것은 UN군사령관 클라크 대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나는 한국군의 장교이므로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인을 위하여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 원수의 지령을 받기 위하여 왔습니다.]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몇차례 머리를 끄덕이더니 비로소 의자를 권하고 [그렇다.자네가 말한대로다. 제대로 한다면 자네가 수석대표가 되어 자네가 발언하는 것이 정상적인 자세다. 미국인이 수석대표가 되어 있는 것은 심상치 않다.] 고 입을 열고 미국인이 한국인의 머리로 정전문제를 진전시키고 있는 것에 한바탕 불평을 말한다음
[이러한 상태에서 정전한다는 것은 어떻던 할 수 없다. 이것은 항복이다 뭐가 정전이야! 더욱 이북에는 다수의 중국 공산당이 들어와 있다고 듣고 있다. 우리 동포는 틀림없이 그놈들에게 혼이 나고 있을 터인데.... 아뭏든 우리들은 어떠한 수단을 쓰든 UN군이 와 있는 이때에 그들을 붙들어 통일을 이룩할 때까지 싸우는 길 밖에 없다. 외국인은 평화통일 따위를 말하나 공산당은 공산주의에 의한 통일 이외에 평화통일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평화통일이란 우리들이 그자들에게 항복하는 것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때 우리들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정전 성립을 방해하는 길 외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취지를 한 시간 이상 그의 독특한 웅변을 구사했다. 나는 대통령의 민족을 사랑하는 뜻에 진정으로 감동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애국자의 고독한 모습과 충정을 눈앞에서 보고 이 대통령을 마음속으로부터 도와야 한다는 심정과 의무감이 몸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東 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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