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秀而不實 웃자라면 이윽고 이삭 대가 올라와 눈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 이삭이 양분을 받아 알곡으로 채워져 고개를 수그릴 때 추수의 보람을 거둔다. 처음 올라오는 이삭 대 중에는 아예 싹의 모가지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있고, 대를 올려도 끝이 노랗게 되어 종내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은 농부의 손길에 솎아져서 뽑히고 만다. 싹의 모가지가 싹아지, 즉 싸가지다. 이삭 대의 이삭 패는 자리가 싹수(穗)다. 싸가지는 있어야 하고, 싹수가 노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논어 '자한(子罕)'에서 이렇게 말했다. " 싹만 트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었어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이 있다." (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苗而不秀는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다. 秀而不實은 싹수가 노랗다는 뜻이다. 싹이 파릇해 기대했는데, 대를 올려 꽃을 못 피우거나, 꽃 핀 것을 보고 알곡을 바랐지만 결실 없는 쭉정이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결과는 같다. 모판에서 옮겨져 모심기를 할 때는 모두가 푸릇한 청춘이었다. 들판의 꿈은 푸르고 농부의 기대도 컸다. 애초에 싸가지가 없어 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만고만한 중에 싹수가 쭉쭉 올라오면 눈길을 끌지만 웃자라 양분을 제대로 못 받고 병충해를 입고 나면 그저 뽑히고 만다. 탐스러운 결실을 기대했는데 참 애석하다. 한나라 때 揚雄의 아들 子烏는 나이 아홉에 어렵기로 소문난 아버지의 책 '太玄經' 저술 작업을 곁에서 도왔다. 두보의 아들 宗武도 詩를 잘써 阮兵曹가 칭찬한 글이 남아 있다. 중추(中樞) 벼슬을 지낸 郭希泰는 다섯 살에 '이소경(離騷經)'을 다섯 번 읽고 다 외웠다는 전설적인 천재다. 權愍은 그 난해한 '禹貢'을 배운 즉시 책을 덮고 다 암송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세에 아무 전하는 것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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