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 史

■ 秀而不實

동천 2015. 11. 11. 21:50

■ 秀而不實

◆모를 심어 싹이
웃자라면 이윽고
이삭 대가 올라와
눈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 이삭이 양분을 받아 알곡으로 채워져 고개를
수그릴 때 추수의 보람을 거둔다.

처음 올라오는 이삭 대 중에는 아예
싹의 모가지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있고,

대를 올려도 끝이 노랗게 되어
종내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은 농부의 손길에 솎아져서 뽑히고 만다.

싹의 모가지가 싹아지, 즉 싸가지다.
이삭 대의 이삭 패는 자리가 싹수(穗)다.
싸가지는 있어야 하고, 싹수가 노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공자는 논어 '자한(子罕)'에서 이렇게 말했다.

" 싹만 트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었어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이 있다."
(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苗而不秀는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다.
秀而不實은 싹수가 노랗다는 뜻이다.

싹이 파릇해 기대했는데,
대를 올려 꽃을 못 피우거나,
꽃 핀 것을 보고 알곡을 바랐지만
결실 없는 쭉정이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결과는 같다.

모판에서 옮겨져 모심기를 할 때는 모두가 푸릇한 청춘이었다. 들판의 꿈은 푸르고 농부의 기대도 컸다.
애초에 싸가지가 없어 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만고만한 중에 싹수가 쭉쭉 올라오면 눈길을 끌지만
웃자라 양분을 제대로 못 받고 병충해를 입고 나면 그저
뽑히고 만다. 탐스러운 결실을 기대했는데 참 애석하다.

한나라 때 揚雄의 아들 子烏는
나이 아홉에 어렵기로 소문난 아버지의 책
'太玄經' 저술 작업을 곁에서 도왔다.

두보의 아들 宗武도
詩를 잘써 阮兵曹가 칭찬한 글이 남아 있다.

중추(中樞) 벼슬을 지낸 郭希泰는
다섯 살에 '이소경(離騷經)'을 다섯 번 읽고
다 외웠다는 전설적인 천재다.

權愍은
그 난해한 '禹貢'을 배운 즉시 책을 덮고 다 암송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세에 아무 전하는 것이 없다.


東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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