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兵抗爭史

6·25 참전했던 몽클라르·맥아더 장군… 영웅과 작별하는 방법, 우리와는 달랐다

동천 2020. 7. 14. 06:53

6·25 참전했던 몽클라르·맥아더 장군… 영웅과 작별하는 방법, 우리와는 달랐다

2차대전과 6·25 영웅 佛 몽클라르 땐, 드골 대통령이 직접 주관
몽고메리·맥아더·패튼 등 명예 기려… 무명 용사에도 최고 예우

프랑스 파리의 발 드 그라스 성당에는 6·25전쟁 영웅 랄프 몽클라르(본명 라울 마그랭베르느레) 장군의 묘가 있다. 묘비에는 '해방의 동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여러 공을 세운 몽클라르 장군은 6·25전쟁 발발 시점에는 육군 중장으로 전역한 상태였다. 그는 장군(중장)이 대대를 지휘한다는 것이 관례상 허용되지 않자 중령으로 계급을 깎아 참전했다. 그가 지휘한 프랑스 대대는 1951년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 공세를 막아냈고 이는 서울 재탈환의 계기가 됐다. 1964년 6월 작고한 몽클라르의 장례식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골이 주관했다. 제복을 입은 대통령과 국방장관, 보훈처장 등이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고, 후배 군인들이 그의 관을 운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 전쟁 영웅 백선엽 대장의 빈소에 조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나라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영웅들, 조국을 대표해 동맹국에 기여한 이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극진히 대한다.

온 국민 애도속 몽고메리 보내는 영국 - 1976년 4월 1일 영국 윈저의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영국 육군 원수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의 장례식이 '영국군 군장(軍葬)'으로 치러지고 있다. 몽고메리 장군은 2차 대전의 분수령이 된 이집트 알라메인 전투에서 독일군을 대파했다. /블룸버그

 

'겨울전쟁(1939~1940년)'에서 소련을 패퇴시키고 핀란드의 공산화를 막은 핀란드의 전쟁 영웅 칼 구스타브 만네르헤임이 1951년 세상을 떠나자 핀란드는 국장으로 그의 장례를 치렀고, 헬싱키에 그를 기리는 박물관을 세웠다. 그가 한때 핀란드를 지배했던 적국 러시아의 장군까지 지냈다는 것이 영웅을 기리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1967년 이스라엘의 대(對)아랍 6일 전쟁을 이스라엘의 압도적 승리로 이끈 모세 다얀 장군의 1981년 장례식엔 메나헴 베긴 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다얀 장군은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공적(公敵)이었지만, 이스라엘엔 둘도 없는 애국자였다. 2차 대전의 분수령이 된 이집트 알라메인 전투에서 독일군을 대파한 영국 육군 원수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의 장례식은 1976년 영국군 군장(軍葬)으로 치러졌고, 1980년 그의 동상은 국방부 앞에 세워졌다.

1964년 세상을 떠난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장례식은 시민 1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장으로 거행됐고, 1945년 독일에서 작고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영웅 조지 패튼 장군의 장례식에는 프랑스·벨기에 등 8국 사절과 유럽 주둔 미군 최고위 간부들이 참석했다.

시민 10만명 國葬으로 맥아더 보내는 미국 - 오른쪽 사진은 1964년 4월 9일 미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시신이 마차로 운구되는 모습. 맥아더 장군의 장례식은 시민 약 1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장(國葬)으로 거행됐다. /미육군역사센터

 

2018년 9월 엄수된 미국의 전쟁 영웅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선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숭고한 것들의 표상인 애국자"라고 했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 또한 그가 애국자라는 점을 항상 인정했다"고 했다. 미 해군에서 22년간 복무했고, 베트남전쟁 때 적군에 생포돼 5년간 포로 생활을 했다가 생환한 영웅에 대한 예우였다. CNN 방송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내내 '미국의 영웅(American Hero)'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매케인의 장례식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애국자가 조국에 바친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예우는 유명 인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인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델라웨어주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귀환식에 참석했다. 오바마는 2011년 아프간전에서 동료를 구하느라 오른팔을 잃은 르로이 페트리 상사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오바마가 페트리 상사의 금속 의수를 맞잡은 사진은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미국은 전쟁 영웅들의 이름을 항공모함, 탱크 등에 붙이는 방식으로도 그들을 예우한다. 미 해군의 주력 항모인 니미츠함은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조선일보 2020.07.14 01:30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4/2020071400125.html